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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about/Days

This is not a love song

data_soin 2021. 9. 8. 02:40

어제는 너무 지옥같은 하루였다.
계절성 알러지 비염이 최고조에 달해서 눈을 수시로 비비고 콧물은 쉴 새 없이 흘렀다.
코와 눈을 문지르고 나면 재채기도 연달아 세 번은 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수업에 집중은 무슨 내가 어디 앉아있는지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걸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올해는 왜 이렇게 심한걸까?
문을 계속 열어놔서 일까?
알러지는 정말 고치지 못하는 증후군인가?



결국은 자습시간에 병원을 가려고 준비하는데
빨랫대가 거울에 쏟아져 거울 위에 있던 향수들이 침대로 우수수 쏟아졌다.
제일 아끼고 제일 많이 남아있던 향수병 하나가 깨졌다
침대는 온통 유리조각으로 뒤덮혔고 이불과 침대프레임, 가방, 방바닥에 알콜 냄새가 가시지 않은 향수가 쏟아졌다.
치울 엄두도 나지 않아 처음에는 주저앉아 욕만 해댔다.
그 와중에도 콧물은 계속 나고, 치우기 시작하면서는 땀도 나고 더웠다.
땀과 콧물과 눈물 그리고 유리조각과 향수를 훔치느라 몇 장의 휴지와 물티슈, 신문지를 썼는지 셀 수도 없었다.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왜 꼭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일어나는 걸까
누굴 무엇을 원망해야 하는걸까?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집이 좁아서 향수병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게 문제인 걸까
아니면 공간에 비해 턱없이 큰 빨랫대가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뿌리고 나갈 시간도 기회도 사람도 없는데 향수를 모아댄 내가 문제인 걸까
이 모든게 나를 짜증나게 했고 거의 퓨즈가 끊기다시피 했다.
소리도 지르고 주먹으로 침대도 내리치고 울기도 했지만 상황도 기분도 나아지질 않았다.
정리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니 창 밖에는 원래 나가려고 했던 시각보다 비가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일까?
내가 선택한 길과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인걸까?
내가 이렇게 괴로운 순간들을 살아가는데 그 정도도 바라면 안 되는 걸까?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또 무한히 노력해야 하는 삶을 진정 살아가야 하는 건가?
그냥 계속 쉬면 안 되는 걸까?
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쉼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인 것만 같다.
강해야하고, 해박해야 하며,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든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대신 다른 무언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버리는 것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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